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일상 이야기

0519_한강



사실 여유라는 게 뭐 엄청 거창한 것이 아니다. 그런데 그 여유를 느끼기까지의 과정이 부산하거나, 소란스러울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은 명백한 것 같다. 그리고 그 소란스러움이 다시 내게 피로로 다가 오거나 혹은 고민으로 다가올 확률은 0에 수렴한다는 사실 또한 확실하다.


그래서 우리는 우리에게 안정감이나 행복을 줄 수 있는 사람에게 시간을 할애하고, 여유라는 명목으로 신체적 피로를 자진하는 것일 수도 있다. 사실 신체적 피로가 내 정신적 불행의 해소를 이뤄주기 때문에 거뜬히 그 고단함 정도는 감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른다.

뭐 아무렴 어때. 


난 이 날, 그 사람을 오후 다섯 시, 어중간한 시간에 만나서 새벽 한 시, 더 어중간한 시간에 헤어지고 집에 들어가자마자 곯아 떨어져버렸다. 어제까지 온 비 때문에 강물이 흙으로 뒤덮여 꾀죄죄한 한강까지 가는 길, 그리고 살짝 취기 오른 상태에서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어깨 위에 켜켜이 피로가 앉기에 충분했지만. 내일 아침은 분명 개운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은 정신적 풍요로부터 왔을 것이라 확신한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