눈 감고도 걸을 수 있는 곳을 오랜만에 찾았다.
나무의 간격, 횡단보도의 위치, 길을 오가는 버스의 번호, 모두 그때와 조금도 변함이 없다. 변한 거라곤, 누구와, 누구를 생각하며, 누구를 기다리며 걷는지 정도 뿐이다.
그래 무엇보다 많이 변했다. 나무 한 그루 없어도 허전함은 순간 뿐이고, 횡단보도가 옮겨져도 어색함은 잠시 뿐이다. 버스 한 대가 줄면, 다른 번호가 그 자릴 차지해, 마치 원래 제 자리인 것인냥 다니는 것도 어쩌면 당연지사다. 바뀌지 않은 것들은 굳이 바뀌어도 상관 없는 것들이다.
그런데 바뀐 것은 대체하지도, 메우지도, 채우지도 못 한다. 상실이나 변화에 대한 구멍이 큰 것이 아니라, 그 자체로 자리를 차지해버려서 그 공간이 변하지 않는 것 같다.
결국 바뀐 것은 바뀔 수 없는 건가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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