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일상 이야기

0703


어제의 비 덕분에, 오늘은 반짝이는 해와 쾌청한 하늘과 함께 할 수 있는 날이었다.


곧 올 장마가 기대되는 것도 장마 뒤 빼꼼 내밀 해 때문이 아닐까했는데, 사실 창문을 때리는 빗소리 때문인 것 같다. 장마가 오면 쉼 없이 창을 때려 우울하거나, 슬퍼하거나, 힘들어하거나, 화 내거나, 어두워지거나, 누군가를 그리워하거나, 나쁜 마음을 지니게 놔두지 않는다. 쉴 새 없이 아래를 향해 덤벼드는 무한의 방울들은 밖에 있는 누군가에겐 재앙으로 다가올테지만, 혼자 있을 내겐 그저 반가운 손님일 뿐이다.


어릴 때나 지금이나 난 장마를 기다린다. 지금의 장마는 다 젖는 줄 모르고 순수하게 놀던 유년기 때의 장마와는 또 다른 맛이 있다. 오히려 더 비릿해졌을 수 있지만, 어릴 때 회를 못 먹던 내가 지금 회를 먹으면서 맛을 느끼듯, 그저 몸으로만 맞던 장마를 생각으로 맞는 게 더 맛있기도 하다.